
Day 01 · 08.05 WED
어린 왕이 머문 강
The Boy King's River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나서 꼭 와 보고 싶었던 곳. 단종이 유배된 청령포에서 그가 묻힌 장릉까지 걷고, 서강이 빚은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본 뒤, 산꼭대기 천문대에서 별을 봤다.
The Route · 08.05
~68km10stops799m peak
- 영월 버스터미널
- 연당동치미국수
- 동강사진박물관
- 청령포
- 장릉
- 선돌
- 젊은달와이파크
- 한반도 지형
- 영월 서부시장
- 별마로천문대
08.05WED
Day 1 메모
이동 ~68km
최고 799m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등된 열일곱 살 단종, 그리고 그를 맡게 된 영월 광천골 촌장 엄흥도의 이야기다. 극장을 나오면서 청령포에 한번 가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날짜를 정해 준 건 별마로천문대 예약이었다.
동서울에서 버스로 두 시간. 점심은 연당동치미국수. 동치미 국물이 생각보다 훨씬 매워서 놀랐는데, 그 매운맛이 금방 사라지고 시원한 맛만 남아 자꾸 숟가락이 갔다.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도 생각나는 맛이라, 다음에 영월에 오면 또 먹으러 올 것 같다. 읍내의 동강사진박물관을 둘러보고, 오후는 영월관광택시의 ‘한반도지형권역’ 코스로 돌았다. 기사님이 운전과 해설을 같이 해 주는 관광택시라, 버스로는 하루에 다 돌기 어려운 서강 쪽 명소를 반나절에 묶을 수 있다.
청령포는 나룻배로 1분이면 건너는 곳인데, 막상 들어가 보니 섬이나 다름없었다. 강이 세 면을 두르고 뒤는 절벽이다. 단종이 한양 쪽을 바라보며 돌을 쌓았다는 망향탑 이야기를 들으며 솔숲 사이를 한참 걸었다. 그해 여름 홍수로 읍내 관풍헌으로 옮겨졌고, 가을에 사약을 받았다. 엄흥도는 강에 버려진 시신을 몰래 거둬 산에 묻었다. “옳은 일을 하다 화를 입는 것은 달게 받겠다.” 영화가 끝난 뒤의 이야기를 장릉에서 마저 들은 셈이다.
선돌과 젊은달와이파크를 지나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 닿았을 때는 해가 기울고 있었다. 서강이 만든 한반도 모양의 땅 위로 구름이 그대로 비쳤다. 하루 종일 따라다닌 게 결국 이 강이었다.
저녁은 서부시장에서 먹고, 밤에는 이번 여행의 진짜 이유였던 별마로천문대에 올랐다. 예약이 워낙 어려워 인터넷으로 겨우겨우 잡은 날짜가 바로 오늘이었다.
첫 순서는 천체투영실. 불이 꺼지고 둥근 천장에 밤하늘이 영사되자, 직원분이 북극성에서 시작해 북두칠성, 헤라클레스자리까지 유명한 별자리를 하나씩 짚어 주었다. 다음은 진짜 하늘을 보는 주관측실. 지붕이 열리자 머리 위로 별이 쏟아졌고, 미리 방향을 맞춰 둔 커다란 망원경에 눈을 대니 방금 천장에서 배운 별자리들이 훨씬 또렷하게 들어왔다. 망원경에서 눈을 떼면 난간 아래로 영월 읍내의 불빛이 강을 따라 흩어져 있었다. 별과 야경을 한자리에서 다 본 밤이었다.

Day 02 · 08.06 THU
땅 밑의 태백
Underground Taebaek
영월역에서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해발 920미터의 동굴과 석탄박물관의 갱도까지, 이날은 거의 땅 밑에서 보냈다.
The Route · 08.06
~81km6stops920m peak
- 영월역
- 태백역
- 용연동굴
- 태백석탄박물관
- 태백 시내 전망타워
- 자정의 맥주
08.06THU
Day 2 메모
이동 ~81km
최고 920m
아침은 어제 미뤄 둔 서부시장의 메밀전병과 수수부꾸미. 기와지붕을 얹은 영월역에서 태백행 기차를 탔다. 영월에서 태백까지는 산을 넘고 또 넘는 길이다. 창밖으로 작은 역들이 지나가고, 두 시간이 채 안 돼 태백역에 내렸다. 해발 700미터가 넘는 도시라 한여름인데도 바람이 달랐다.
첫 목적지는 용연동굴. 작은 열차를 타고 입구까지 올라가 안전모를 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석회동굴이라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여름이 통째로 사라졌다. 종유석 사이 철계단을 따라 한참 내려가다 보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그 한가운데서 조명 분수가 솟는다.
시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태백산 자락의 석탄박물관으로 갔다. 광물 표본으로 시작한 전시는 층을 내려갈수록 갱도와 광부들의 이야기로 바뀐다. 한때 전국의 연탄을 대던 도시였다는 게, 박물관을 나와 조용한 숲길을 걸을 때 오히려 실감이 났다.
저녁은 시내에서 국수로 간단히. 전망타워의 유리 바닥 위에 서 보고, 밤에는 불 켜진 거리를 조금 걷다가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생맥주 한 잔과 버섯 볶음을 앞에 두고 있다 보니 어느새 자정을 넘겼다.

Day 03 · 08.07 FRI
고한에서 본 오디세이
The Odyssey in Gohan
계획에 없던 고한행. 추천받아 두고도 강원도라 엄두를 못 내던 평양냉면집에 들르고, 작은 영화관에 들어가 『오디세이』를 봤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여행을 마쳤다.
The Route · 08.07
~20km4stops744m peak
- 고한역
- 함흥평양냉면
- 고한시네마
- 고한역 — 집으로
08.07FRI
Day 3 메모
이동 ~20km
최고 744m
마지막 날 고한에 들른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여행 중에 문득,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지인이 예전에 추천해 준 가게가 떠올랐다. 강원도라 언제 가 보나 싶어 마음에만 두고 있던 곳이다. 지인에게 가게 위치를 다시 물어보니 마침 태백에서 기차로 20분 남짓한 고한이었다. 냉면도 먹고, 거기서 영화도 한 편 보기로 했다.
맑은 육수에 메밀면이 담긴 평양냉면은 추천받은 그대로였다. 한 그릇을 비우고 마을의 작은 영화관 고한시네마로 걸어갔다.
보고 싶던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서울의 큰 극장 대신 산골 마을의 조용한 상영관에서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 십 년을 떠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영화관을 나오니 해가 아직 높았다. 첫날 영월에서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어린 왕의 이야기를 따라 걸었고, 마지막 날에는 결국 집에 닿는 사람의 이야기를 봤다. 고한역에서 집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며 사흘을 그렇게 정리했다.
































































